흑인 인권 운동의 거목이자 20세기 미 민권운동사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말콤 X(Malcolm X, 1925~1965)를 기리는 공식 추모비가 메릴랜드주 앤아룬델 카운티에 새로 들어섰다. 메릴랜드주 내에서 무슬림계 미국인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추모비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4일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의 '마이클 E. 부시 라이브러리' 앞 광장에서는 정·관계 인사와 지역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말콤 X 추모비' 제막식이 거행됐다. 양면 구조로 제작된 이 추모비에는 그의 생애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주요 사진들과 역사적 어록들이 세겨졌다. 마틴 루터 킹 목사, 전 헤비급 세계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와 함께 찍은 모습부터 1965년 2월 피격 당시의 비극적 순간까지 담아내며 그가 걸어온 파란만장한 삶을 조명했다.
이번 건립 프로젝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리더스 카커스'가 주도하여 추진됐다. 총 35만 달러의 건립 비용 중 카운티 정부가 7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나머지는 민간 단체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금으로 충당됐다.
말콤 X는 메릴랜드주와 직접적인 연고는 없으나, 그의 정신적 유산이 지닌 가치는 지역적 경계를 넘어선다는 평가다. 샤네카 헨슨(Democrat·앤아룬델) 메릴랜드주 상원의원은 "도서관에 말콤 X의 추모비를 세우는 것은 매우 뜻깊다"며 "그는 자신의 역사를 기록하고 후대에 전한 위대한 '스토리텔러'였으며, 그가 남긴 기록은 오늘날 수많은 세대에게 변함없는 영감을 주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일각의 복잡한 시선에 대해 지역 리더들은 '성장과 변화'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스튜어트 피트먼 앤아룬델 카운티수는 "어릴 적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선한 인물', 말콤 X는 '다소 두려운 인물'로 교육받았으나, 성장하면서 그의 삶이 지닌 입체적인 깊이를 이해하게 됐다"며 "일부 거부감을 느끼는 주민들도 있겠지만, 이 기념비가 대중의 시야를 넓히고 역사적 성찰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