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상고 수용… ‘물적 지원’ 해당 여부 판단
법무부 “테러범에 식사 제공, 차량 연료 공급과 다름없어”
원고 측 “강제 노역당한 피해자… 무차별적 테러 연루 적용은 부당”
나이지리아의 한 테러단체 캠프에서 간부들에게 식사를 제공한 남성의 망명 자격 여부를 둘러싸고 미국 연방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연방대법원은 13일, 나이지리아 국적의 이주추쿠 오주룸바(Izuchukwu Ozurumba)에 대한 강제 추방 명령을 취소한 하급심 판결에 불복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제기한 상고를 받아들여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오주룸바가 미 정부가 테러단체로 규정한 나이지리아 분리주의 세력 '복면의 총잡이(Unknown Gunmen)' 캠프에서 요리사로 일한 행위가 미 이민법상 망명 결격 사유인 '테러 단체에 대한 물적 지원(Material Support)'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트럼프 행정부 법무부는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 신청서에서 "테러 조직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테러 차량에 가솔린을 주유하는 것 못지않은 직접적인 물적 지원"이라며 "하급심 판결이 유지될 경우 테러 연루 외국인에 대한 정부의 추방 권한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제4순회항소법원의 이번 판결이 유사한 사안에서 망명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다른 최소 3개 순회항소법원의 판례와 충돌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오주룸바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법정 증언에 따르면 그는 나이지리아 라구스 자택 인근의 캠프에 취업할 당시 해당 조직의 실체를 알지 못했으며, 진상을 파악한 후에는 임금도 받지 못한 채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 탈출 이후에는 지속적인 보복 위협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오주룸바의 변호인단은 "어떠한 정황이나 영향력 고려 없이 테러 단체와의 모든 접촉을 '물적 지원'으로 간주하려는 정부의 과도한 논리를 받아들인 연방법원은 없다"며 "오주룸바는 테러 행위와 무관한 강제 노역 피해자일 뿐"이라고 맞섰다.
오주룸바는 2023년 7월 나이지리아를 탈출해 베네수엘라를 거쳐 미국으로 밀입국한 뒤 국경경비대에 자수했다. 그러나 몇 달 뒤 이민법원은 그의 망명 신청을 거부하고 나이지리아로의 강제 추방을 명령했다.
이후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소재 제4순회연방항소법원은 재판부 의견이 갈린 끝에 "오주룸바는 테러 활동과 무관한 '포로 노동자'에 불과하다"며 강제 추방 명령을 취소한 바 있다.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줄 경우, 강제 노역이나 위협에 의해 테러 단체에 간접 협력한 이민자들의 망명길이 한층 더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