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보건복지부(HHS), 130쪽 규정 10쪽으로 대폭 축소 추진

주거 불안정 아동 우선 정원 배정·본인 진술 인정제도 폐지 포함

현장 관계자 “현장 입증 막막… 범죄-가난 악순환 끊는 안전망 흔들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저소득층 영유아 보육·교육 프로그램 ‘헤드스타트(Head Start)’ 규제 개편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 버지니아주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임시 거처조차 없는 주거 불안정(노숙) 가구 및 아동들의 헤드스타트 이용 문턱이 대폭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보건복지부(HHS)가 발표한 연방 규정 개정안(NPRM)의 핵심은 기존 약 130페이지에 달하던 헤드스타트 운용 규정을 10페이지 안팎으로 대폭 압축·간소화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주거 불확실성을 겪는 아동과 위탁가정 아동을 위해 전체 정원의 약 3%를 우선 예약·보존하도록 했던 의무 규정이 삭제된다는 점이다. 아울러 서류 제출이 어려운 노숙 가구가 자신의 주거 상황을 스스로 입증하는 ‘자가 확인(Self-affirmation/Self-attestation)’ 절차 역시 폐지 대상에 포함됐다.

비영리단체 ‘버지니아 오거나이징(Virginia Organizing)’의 리치먼드 지역 활동가 로렌스 하워턴(Lawrence Howerton)은 유년 시절 삼촌 집의 ‘작은 방 한 칸’에 얹혀살았던 기억을 회상했다.

하워턴 활동가는 “거리에서 자거나 쉼터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열쇠조차 없어 누군가 문을 열어줘야 들어갈 수 있는 불안정한 환경이었다”며 “성장기의 이러한 주거 불안정이 결국 청소년기 사법 처리(소년원 수감)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지금도 유사한 환경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이번 규제 개편은 결정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장 전문가들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버지니아 헤드스타트 협회(Virginia Head Start Association)의 던 올트(Dawn Ault) 회장은 자가 확인 절차廃止에 대해 강한 의문을 표했다.

올트 회장은 “집이 없는 가족이 객관적인 서류로 노숙 상태를 입증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연방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현장 기관들이 대체 어떤 기준으로 노숙 상태를 판단하고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1987년 제정된 ‘맥키니-벤토 노숙자 지원법(McKinney-Vento Act)’의 기준처럼, 친척 집 얹혀살기·모텔 생활·차량 투숙 등 다양한 유형의 주거 불안정을 폭넓게 인정하는 기존 가이드라인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이번 개정안이 우선 정원 배정 ‘의무’를 없애는 것이지 각 센터의 자율적 예약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명확한 기준이 사라지면 현장의 지원 동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헤드스타트는 단순한 영유아 보육 시설에 그치지 않는다. 연간 약 3만 달러(4인 가구 기준) 미만의 연방 빈곤선 이하 가구 및 갑작스러운 가정사정 변경을 겪은 가구를 대상으로, 교육·돌봄·영양·정신건강 서비스를 통합 제공해 왔다. 버지니아주에서만 약 1만 1,000명의 아동이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 있다.

특히 헤드스타트 교직원들은 아동의 발달 장애, 행동 장애, 학대 및 주거 불안정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는 ‘1차 감지자(Identifier)’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다음과 같은 핵심 통합 지원 규정마저 대거 삭제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한편, 지난 10월 6일 마감된 연방 보건복지부의 공공 의견 수렴(Public Comment)기간 동안 전국에서 4만 건이 넘는 의견서가 접수됐다. 대다수의 현장 전문가 및 학부모들은 규제 완화라는 명목 아래 아동 안전망이 해체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한 작업치료사는 공공 의견서를 통해 “영유아기에 적절한 치료와 진단이 개입되면 장기적으로 정부의 의료·복지 지출을 대폭 줄일 수 있다”며 필수 선별검사 규정 유지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던 올트 회장은 “국민적 관심과 반대 목소리가 높다는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의무 규범이 사라지면 결국 연방 정부가 관련 예산을 줄이는 명분으로 삼지 않을까 하는 점이 가장 큰 우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