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서두르고 주민 피해 외면" 연방 내무부·국립공원관리청 상대로 소송

항공기 안전·교통 마비 우려…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행정 제동 나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인근에 추진 중인 대형 '개선문(Triumphal Arch)' 건립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지방 정부가 정식으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워싱턴DC 맞은편 버지니아주의 지방 자치단체가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일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버지니아주 알링턴 카운티(Arlington County) 집행위원회는 연방 내무부(Department of the Interior)와 국립공원관리청(NPS)을 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개선문 건립 계획을 중단시켜 달라는 소송을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높이 250피트(약 76미터) 규모의 이 개선문은 파리의 개선문을 모델로 삼아 알링턴 국립묘지 인근에 세워질 예정이며, 빠르면 다음 달에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이 아치를 드론 운용과 저격수 배치 등이 가능한 '군사 복합 시설'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알링턴 카운티 측은 소장을 통해 이 프로젝트가 복잡하고 번잡한 교통 요충지 한복판에 들어섬으로써 주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인근 비행 경로의 변경까지 강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운티 변호인단은 국립공원관리청이 철저한 사전 검토 과정을 생략한 채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송은 "기관 측은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대통령의 반복되는 지시에 맞춰 정당성을 억지로 끼워 맞추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며 "국가환경정책법(NEPA)이 요구하는 적절한 분석과 검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발작적인 속도'로 진행되는 공사 추진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맷 데 페란티 알링턴 카운티의장은 성명을 통해 "우리 지역사회가 이번 무모하고 불법적인 제안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했다"며, 그간 카운티 측이 성실하게 검토 절차에 임했음에도 당국이 주민들에게 미칠 심각하고 광범위한 부정적 영향을 철저히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내무부는 이에 대해 "모든 법령과 규정을 계속 준수하고 있다"며 짧은 입장을 밝혔고, 백악관은 논평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다.

한편, 해당 구조물이 공항의 주요 항공기 이착륙 접근 통로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안전 우려도 끊이지 않고 조명받고 있다. 연방항공청(FAA)은 조종사들이 식별할 수 있도록 구조물 상단에 화염 장치와 투광 조명을 설치해야 한다는 안전 규정을 제시한 상태다. 앞서 FAA는 공항 인근 200피트 이상 건물에 통상 요구되는 적색 장애물 등(lights) 규제는 면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개선문 건립은 링컨기념관 반사 연못 보수, 이스트 포토맥 파크 골프장 재개발, 존 F. 케네디 센터 명칭 변경 등 수도 워싱턴의 주요 랜드마크를 재편하려는 광범위한 구상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임용한 인사들로 구성된 미 미술위원회(CFA)는 이 아치에 조기 승인을 내준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맞서 참전용사 3명과 건축 역사학자가 연방법원에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담당 판사는 행정부가 공사 관련 준비 작업에 착수하기 48시간 전에 법원에 사전 통고하도록 명령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