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MBC 여론조사… 유권자 80%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 전력·수도 요금 인상 및 환경 파괴 우려… AI 기술에도 서늘한 시선
- 웨스 무어 지사 지지율 49% 제자리… 경제 불안 속 차기 재선은 우세
데이터센터 유치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둘러싼 정치권의 셈법이 거센 주민 반발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이런 가운데 메릴랜드주 유권자 10 중 8명은 주 전역은 물론 본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사회 내 데이터센터 건립에 강력히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료 인상과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가 기술 혁신에 대한 기대를 압도하면서, AI 산업의 핵심 기반시설 확충 사업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볼티모어 카운티 메릴랜드대(UMBC) 정치연구소가 투표 의향이 있는 주내 유권자 7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한 주민들의 거부감은 지역을 불문하고 전방위적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의 절반에게 주 전역 어디든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고, 나머지 절반에게 거주지 인근 건립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두 집단 모두 80%에 가까운 압도적 비율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밀레아 크로머 UMBC 여론조사소장은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주민들이 내 집 앞(NIMBY)뿐만 아니라 메릴랜드주 전체 어디에도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점"이라며 "입지 조건과 상관없이 주 내부 유치 자체를 원천 거부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반대 여론의 바탕에는 실질적인 삶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응답자 다수는 데이터센터 들어설 경우 가계 전기·수도 요금 상승, 수질 및 공기 질 악화, 전반적인 생활 환경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센터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세수 증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추진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는 데이터센터가 주 경제와 세수에 미칠 영향이 부정적일 것이라 답했으며, 고용 창출 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 전망(37%)이 긍정적 전망(26%)을 앞섰다. 아울러 AI 기술 자체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3%에 그쳐, 첨단 기술 전반에 대한 불신도 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민주당 소속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49%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4월 조사(48%)와 사실상 동일한 수치로, 경제적 불만이 주민들 사이에 팽배함에도 불구하고 직무 평가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어 지사에 대한 부정 평가는 42%를 기록했다.
메릴랜드 주민들의 주 경기 체감 지표는 매우 냉각되어 있다. 주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9%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해,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37%)는 응답을 웃돌았다. 또한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81%가 '나쁨 또는 보통'으로 평가했으며, '우수 또는 양호'하다는 응답은 17%에 불과했다.
특히 유권자들은 경제 상태를 평가할 때 ▲생필품 및 서비스 가격(94%) ▲개인 자산 상태(90%) ▲주거비 인상(86%) ▲주 세금 및 수수료(84%)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아, 고물가와 주거비 부담이 민심 이반의 핵심 원인임을 보여줬다.
정치 전문가들은 고물가와 고금리 등 전국적인 경제 악재가 주지사의 지지율 상승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토드 에벌리 세인트메리 컬리지 정치학 교수는 "기름값과 에너지 가격, 3% 대의 인플레이션은 메릴랜드뿐만 아니라 미 전역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라며 "주민들의 유권자 불만은 주정부 단독의 문제라기보다 국가 전반의 경제적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무어 지사의 재선 전선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민주당원인 메릴랜드의 정치 지형상, 무어 지사는 공화당 단일 후보인 단 콕스를 상대로 여전히 20%포인트 이상의 큰 격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무어 지사는 2023년 취임 당시 64%의 압도적 지지율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긍정 평점과 부정 평점 간 격차가 7%포인트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