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대 스미스 경영대학원의 '생존 전략' 관심
'2년 과정' 틀 깨고 기간 절반 단축…국내 인재 유치로 대대적 체질 개선
미국 고등교육의 상징이자 글로벌 인재의 집결지로 불리던 미국 경영대학원(MBA) 생태계가 거센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연방 정부의 고강도 이민 정책과 비자 장벽 강화로 유학생 유입이 급격히 줄어들자, 명문 대학원들이 기존의 틀을 깨고 '1년 완성형 압축 프로그램'을 전격 도입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메릴랜드 대학교(UMD) 로버트 H. 스미스 경영대학원(Robert H. Smith School of Business)은 내년 여름 학기부터 1년 만에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단기 집중 MBA(Accelerated MBA)' 과정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기존 2년 과정과 동일한 이수 학점과 등록금($84,432)을 유지하지만, 재학 기간을 절반으로 줄인 것이 핵심이다. 기업 인턴십 과정을 과감히 생략하는 대신 직장 이탈 기간을 단축해 지원자의 재정적 부담과 기회비용을 최소화했다.
이 같은 파격적인 개편의 배경에는 유학생 기근이라는 절박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스미스 경영대학원의 풀타임 MBA 신입생 수는 2023년 68명에서 2025년 38명으로 급감한 데 이어, 올해에는 32명까지 떨어지며 2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대학원 측은 원인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과 비자 불확실성을 짚었다. 연방 정부가 중동 및 아시아·아프리카 주요국 출신에 대한 이민 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미 대학원 인재의 핵심 공급처인 인도와 중국 지원자에 대한 학생비자(F-1) 심사를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실제 국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출신에 대한 F-1 비자 발급량은 전년 대비 60%, 중국은 30%가량 폭락했다.
여기다 미국 내 기업들의 외국인 졸업생 채용 기류가 차갑게 식어버린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경영대학원 입학위원회(GMAC)의 최신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채용 담당 기업의 63%가 "외국인 MBA 졸업생을 채용할 계획이 없다"고 답해 유학의 메리트가 크게 반감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원들은 외국인 지원자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내 직장인과 국내 인재를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유턴하고 있다.
로젤리나 페라로(Rosellina Ferraro) 부학장은 "1년 압축 과정은 빠른 현업 복귀와 높은 투자 대비 효과(ROI)를 기대하는 지원자들에게 가장 최적화된 모델"이라며 "커리큘럼 역시 기업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실무형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개편된 교과 과정은 단순 이론 강의를 넘어 실제 기업의 경영 과제를 해결하는 '실행 랩(Execution Labs)'과, 재무 분석·마케팅에 최신 인공지능 도구를 적용하는 'AI 실무 역량(AI Fluency)' 확보를 골자로 한다. 현지 기업인들의 과반수가 채용 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AI 도구 활용 능력'을 꼽은 고용 시장의 변화를 적극 반영한 결과다.
대학가의 이 같은 변신은 메릴랜드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근 존스홉킨스 대학교 캐리 경영대학원 역시 최근 9개월 만에 이수할 수 있는 단기 MBA를 선보이는 등, 워싱턴 수도권 명문대들을 중심으로 유학생 악재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슬림화·실용화' 바람이 한동안 거세게 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