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예산 절감 이유로 철수했다가 사고 발생하자 11개교 전격 임시 재배치

이월 예산 투입해 1년 연장 추진… 내주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 표결

카운티 “학교 측도 예산 분담해야” vs 교육청 “도로 안전은 경찰 고유 의무”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가 예산 절감을 이유로 고등학교 등하굣길 교통안전요원(Crossing Guard)을 철수시켰다가, 학생 교통사고가 발생하자 뒤늦게 임시 복귀시키는 등 ‘늑장 행정’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안전 책임을 둘러싸고 카운티 행정 당국과 교육당국 간의 책임 공방마저 격화하는 모양새다.

8일 페어팩스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는 최근 사우스레이크 고등학교 인근에서 발생한 학생 차도 치임 사고 직후 관내 11개 고교에 안전요원을 임시 재배치했다. 카운티 측은 지난 회기 이월 예산(Carryover funding)을 활용해 2026-27 전체 학년도 동안 고교 안전요원 배치를 유지하는 안을 안건으로 상정했으며, 내주 최종 표결에 붙일 예정이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봄 페어팩스 카운티 경찰국(FCPD)의 전격적인 예산 삭감이었다. 경찰국은 카운티 차원의 의무 예산 감축 지침에 따라 “고교 주변 사고 데이터가 적고, 신호 통제 업무가 경찰관의 긴급 출동을 저해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고교 인근 안전요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타 지역과 달리 페어팩스만 유일하게 고교 주변 안전요원을 운용해 왔다는 점도 폐지 명분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개학 직후 실제 사고가 터지며 지역 사회의 분노가 비등하자 행정당국은 부랴부랴 카운티 긴급 예산을 투입해 안전요원을 복귀시켰다. 글로벌 교통안전 기구 FIA 재단의 나탈리 드레이신 북미 담당 이사는 “매우 시급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이미 한 발 늦었다”며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수수방관할 것이 아니라 미리 예방했어야 했다. 대응이 지연될수록 인명 피해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전요원 재배치 비용을 둘러싼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와 교육위원회 간의 ‘책임 핑퐁’도 격화하고 있다.

제프 맥케이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 의장은 “학교 보안 인력이나 학교전담경찰관(SRO) 등을 등하굣길 통제에 활용하는 방안을 교육청과 함께 모색해야 한다”며 “교육청이 내부 교육 프로그램 확충에는 과감히 투자하면서, 안전요원 감축 논의 당시 교육청 예산 우선순위를 조정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멜라니 메렌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은 “교육청의 본업은 공교육 제공이지 공공 도로의 신호 통제나 교통 관리가 아니다”라며 “교통 제어는 명백한 경찰과 지자체의 공공 안전 영역이며, 카운티 정부가 오랫동안 맡아온 책임을 교육청에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다음 주 예정된 수퍼바이저 위원회의 이월 예산안 표결 결과에 따라 고교 등굣길 안전요원의 상주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그러나 고물가 및 예산 난항 속에서 행정당국과 교육당국 간의 재정·행정적 주도권 싸움은 당분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