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DC 재즈 페스티벌 개막… 5일간 더 워프 일대서 ‘음악의 성찬’

세계적 거장부터 숨은 실력파까지… 놓치면 아쉬울 ‘로컬 스타’ 7인을 만나는 법

초가을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9월, 워싱턴 DC가 특유의 정갈한 정장을 벗어던지고 리드미컬한 핑거 스냅을 치기 시작했다. 올해로 22회를 맞이한 ‘DC 재즈 페스티벌(D.C. Jazz Festival)’이 수도권 최대의 음악 축제답게 화려한 막을 올렸다. 더 워프(The Wharf)를 중심으로 시내 전역이 5일 동안 거대한 재즈 클럽으로 변신한다.

디 디 브리지워터나 조슈아 레드먼 같은 이름값 톡톡히 하는 거장들의 무대도 물론 훌륭하지만, 진짜 재즈 덕후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건 따로 있다. 바로 이 지역 재즈 씬의 핏줄이자 숨은 보석 같은 로컬 아티스트들이다. "이 사람 무대 봤어?"라며 월요일 출근길에 은근슬쩍 아는 척하기 딱 좋은, 놓치지 말아야 할 지역 뮤지션 7인을 소개한다.

감성을 쥐락펴락하는 선율, 슬픔도 예술이 된다

축제의 포문을 열어줄 베이시스트 코코란 홀트(Corcoran Holt)는 둔탁한 베이스 현 위에 자신의 삶을 얹어내는 아티스트다. 올해 초 선보인 신보 ‘Freedom of Art’는 득남의 기쁨과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슬픔이 교차하는 순간을 기가 막히게 담아냈다. 트랙 사이로 흐르는 어머니의 목소리와 아이들의 옹알이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남의 비밀 일기장을 몰래 들여다보는 듯한 묘한 소름과 울림이 스친다. (5일 오후 5시 15분, 앤섬 로)

보컬리스트 하이디 마틴(Heidi Martin)은 재즈에 포크와 소울, 그리고 뜨거운 사회적 메시지를 솜씨 좋게 비벼 넣는다. 그녀의 목소리는 단순히 아름답다기보다 거부할 수 없는 설득력을 지녔다. 시민권과 활력을 노래하는 그녀의 무대는 가을밤을 덥히기에 모자람이 없다. (6일 오후 8시, 미스터 헨리스)

라틴의 열기부터 30년 내공의 핑거링까지

베네수엘라 출신의 타악기 거장 프란 비엘마(Fran Vielma)의 무대는 어깨를 가만두지 못하게 만든다. 그가 이끄는 ‘베네수엘라 재즈 콜렉티브’의 아프로-카리브해 리듬 폭격이 시작되면, 차분했던 워싱턴 사람들도 어느새 몸을 흔들고 있을 터다. 라틴 재즈의 참맛을 느끼고 싶다면 필수 코스다. (7일 오후 5시 45분, 펄 스트리트 웨어하우스)

DC 재즈 씬의 참피온, 피아니스트 재넬 길(Janelle Gill)은 그야말로 ‘지니어스’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연주자다. 복잡한 화성을 대형 앙상블 속에서도 마치 물 흐르듯 가볍게 풀어내는데, 피아노 건반 위를 날아다니는 그녀의 손가락을 보고 있으면 경이로움마저 느껴진다. 올해 페스티벌의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로 선정된 이유를 무대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라. (7일 오후 6시 15분, 아레나 스테이지)

클래식의 변주, 그리고 예측 불허의 전개까지

30년 경력의 트럼펫 마스터 케니 리튼하우스(Kenny Rittenhouse)는 클래식한 스윙과 밥(Bop) 스타일을 매끄럽게 요리한다. 고전의 품격을 지키면서도 결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그의 하이 에너지는 재즈 입문자에게도 완벽한 선택지다. (7일 오후 9시 15분, 펄 스트리트 웨어하우스)

반면 룩 스튜어트(Luke Stewart)는 관객의 예측을 사정없이 깨부수는 아방가르드 즉흥 재즈의 선두주자다. 그의 무대는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다. 다음 노트가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그 짜릿한 긴장감이야말로 재즈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6일 오후 8시 30분, 유니온 스테이지)

DC의 로컬 스피릿, 피날레를 완성하다

축제의 마지막 밤을 장식할 척 브라운 밴드(Chuck Brown Band)를 빼놓고 DC 재즈를 논할 수 없다. ‘고고(Go-Go) 음악의 대부’ 척 브라운의 유산을 이어받은 이들은 펑키한 고고 리듬에 스무스 재즈를 절묘하게 얹어낸다. 이 무대에서 팔짱을 끼고 관조하는 관객은 자격 미달이다. 뮤지션과 관객이 주고받는 섀우팅과 댄스의 도가니 속에서 진정한 DC의 흥을 만끽해 보길 권한다. (8일 오후 9시, 더 워프 디스트릭트 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