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치른 무대 자리 황폐화
경찰·검찰 “무대 설치 및 부실 공사 여파” 결론에도
SNS 통해 “2차 대전 기념비·연못 연계 파괴” 주장
자체 수사 결과 반박하며 연방법검사장까지 공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수도 워싱턴 DC 내셔널 몰에서 열린 대규모 독립기념일 행사 부지의 잔디 훼손을 두고 또다시 ‘기물 파괴범(Vandals)’의 소행이라는 주장을 제기하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행사를 위해 대형 구조물을 설치하고 대규모 인파가 몰려 발생한 자연스러운 훼손이라는 당국의 관측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어서, 정적 및 내부 법집행 기관과의 갈등이 더욱 격화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2차 세계대전 기념비와 워싱턴 기념탑 인근 리플렉팅 풀(Reflecting Pool) 사이에 위치한 잔디밭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잔디밭은 과거의 푸른 빛을 잃은 채 누렇게 시들어 말라 죽고 곳곳이 파여 황폐해진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게시물에서 “파괴범들이 훼손된 2차 세계대전 기념비와 곧 재개장할 리플렉팅 풀을 잇는 잔디밭에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보라”면서 “리플렉팅 풀이 파괴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로스쿨에 다시 들어가야 한다”고 강한조로 비난했다.
하지만 언론과 현장 정황은 대통령의 주장과 현격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문제의 잔디밭은 지난 7월 4일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해 열린 ‘살루트 투 아메리카(Salute to America)’ 행사의 핵심 무대가 들어섰던 장소다. 당시 워싱턴 기념탑 상단에 설치된 실시간 웹캠과 주요 언론들의 촬영 사진을 보면, 웅장한 대형 밴드 무대와 수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관람석이 해당 잔디밭 전체를 빽빽하게 덮고 있었다. 행사 직후 진행된 철거 작업 당시 찍힌 사진에서도 구조물이 제거된 자리가 그대로 갈색으로 변해 있던 모습이 확인된다. 즉, 무거운 구조물 가압과 수십만 인파의 짓밟힘, 거기에 폭우까지 겹치면서 잔디가 죽어버린 전형적인 중장비·인파에 의한 훼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파괴범 소행설’을 고집하는 배경에는 행정부 내부 수사기관과의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도 워싱턴 DC 내에서 진행 중인 각종 기념물 리노베이션 사업의 차질이나 훼손 사례가 발생할 때마다 명확한 근거 없이 배후의 파괴 공작을 주장해 왔다.
특히 이달 초에는 자신의 측근인 지닌 피로 연방검사가 이끄는 검찰 수사팀과도 정면 충돌했다. 연방검찰은 리플렉팅 풀 일대의 손상 원인을 조사한 뒤 "파괴범의 범행이 아닌, 초기 시공 과정에서의 부실 공사 및 공사 관리 미흡에 따른 결과"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반발한 트럼프 대통령은 피로 검사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잔디밭에 트럼프 저해 공작을 의미하는 숫자가 깎여 나간 듯한 사진을 추가로 올려 "공사 차질이 일부 있었을지 몰라도 핵심 원인은 잔디까지 겨냥한 파괴범들의 소행"이라고 강하게 반박한 바 있다.
한편, 법집행 당국은 지난주 2차 세계대전 기념비 구조물에 낙서를 하고 분수에 세제를 풀어 훼손한 혐의로 켄터키주 출신의 멜리사 L. 패리스(47)를 체포해 중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과 체포 영장 내용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대규모 잔디밭 훼손과 관련된 혐의나 진술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수도 한복판의 상징적 공간에서 벌어진 잔디 훼손 사태를 둘러싸고, 객관적 정황을 무시한 채 연일 '음모론적 파괴설'을 제기하는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정치권과 여론의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