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스쿠터(e-scooter)와 전동 자전거의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어린이들의 생명과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최근 워싱턴 DC 수도권(DMV) 지역에서는 불과 이틀 사이에 9세 어린이가 전동 스쿠터를 타다 목숨을 잃고, 5세 어린이가 중상을 입는 비극적인 사고가 연달아 발생해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페어팩스 카운티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오후 5시 30분경, 버지니아주 허든의 한 타운하우스 단지 입구에서 친구 집으로 가기 위해 전동 스쿠터를 타고 이동하던 배드라야나 훈군드(9) 군이 진입하던 미니밴 차량의 측면에 부딪혔다. 사고 당시 안전모(헬멧)를 쓰지 않았던 훈군드 군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경찰 조사 결과 훈군드 군이 탔던 스쿠터는 최고 시속 16마일까지 주행할 수 있는 성인용 제품이었으며, 운전자의 과실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훈군드 군의 가족과 가까운 지인은 "평소에는 헬멧을 잘 착용하던 아이였지만, 당일은 이동 거리가 짧아 방심했던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비극은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24일 오후 6시 45분경, 워싱턴 DC 동남부의 한 주택가 주차장에서 어린이용 전동 스쿠터를 타던 5세 남아가 과속으로 달리던 닛산 승용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 어린이는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이 위중한 상태다. 가해 차량 운전자는 사고 직후 현장에서 도주해 경찰이 추적을 벌이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역 주민들은 평소에도 차량 과속이 빈번했다며 안전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이처럼 전동 스쿠터 관련 사고가 잇따르면서 응급실을 찾는 어린이 환자 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연방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조사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4년까지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전국 응급실 내원 건수는 약 70만 건에 달했다. 2017년 3만 7,000건이던 내원 건수는 2024년 14만 9,000건으로 4배 이상 폭증했으며, 같은 기간 발생한 533명의 사망자 중 전동 스쿠터 관련 사망자가 약 39%를 차지했다. DC 보건국 역시 관내 20세 이하 스쿠터 관련 부상자가 2023년 51명에서 2025년 97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의 신체적 특성과 인지 능력 부족이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존스홉킨스 어린이센터의 매리 베스 하워드 소아응급의학 전문의는 "어린이 환자들에게서 골절과 두부 손상이 주로 관찰되며, 사고 빈도뿐만 아니라 중증도 역시 눈에 띄게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워드 전문의는 "어린이들은 무게감이 있는 전동 스쿠터를 제어할 균형 감각과 조율 능력이 부족하고 교통 법규에 숙달되지 않았다"며 "체구가 작고 가벼워 차량과 충돌했을 때 공중으로 튕겨 나갈 위험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행 규제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의 전동 스쿠터 접근을 막기 어렵다는 점이다. 워싱턴 DC의 경우 공유 스쿠터 대여는 18세 이상, 개인 소유 스쿠터 운행은 16세 이상으로 연령을 제한하고 있으며, 버지니아주 역시 최소 14세 이상만 보호자 없이 운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해외산 저가 전동 스쿠터를 장난감처럼 쉽게 구매할 수 있어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찰스 앨런 DC 시의회 교통위원장은 "어린이가 위험한 전동 스쿠터를 운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향후 스쿠터 대여업체 재허가 과정에서 미성년자 이용을 철저히 차단하는 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국과 경찰은 학부모들의 철저한 관리와 안전 교육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페어팩스 카운티 경찰청의 크리스 코스그리프 캡틴은 "자녀들이 야외에서 놀 때는 반드시 몸에 맞는 헬멧을 착용하게 하고, 기본적인 도로 안전 수칙을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어린 자녀들이 보호자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위험한 이동장치를 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