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를 포함한 메릴랜드·버지니아(DMV) 지역의 가파른 물가 상승과 과도한 보육비 부담이 가계 지형을 바꾸고 있다. 맞벌이 소득의 상당 부분이 아이 돌봄 비용으로 지출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직장을 정리하고 전업 가사 및 육아에 나서는 ‘전업아빠(Stay-at-home dads)’가 새로운 가구 형태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최근 발표된 자녀 양육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워싱턴 수도권은 전국 최상위권의 양육비 부담 지역으로 꼽힌다. 메릴랜드의 자녀 1인당 연평균 양육비는 3만1,601달러로 전국 50개 주 중 4위를 기록했다. 자녀가 성인이 되는 18세까지 투입되는 비용만 31만 달러가 넘는다. 워싱턴 DC(2만9,186달러·9위)와 버지니아(2만6,666달러·14위) 역시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특히 프리스쿨이나 데이케어 등 전문 보육시설 월 이용료가 영유아 1인당 수천 달러에 달해 가구 소득의 15~20% 이상을 차지하는 일이 흔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맞벌이 부부 사이에서는 한 사람의 버이가 온전히 보육비로 빠져나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부부 간 소득 수준과 직업 여건, 가계 실익을 다각도로 고려해 남성이 육아를 전담하는 사례가 한인 사회는 물론 지역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연방 통계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퓨리서치센터가 연방 인구조사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 내 전체 전업부모(1,130만 명) 가운데 아빠(210만 명)가 차지하는 비중은 18%로 집계됐다. 1989년(11%)과 비교해 7%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전업부모 5명 중 1명 꼴이다.

전업아빠가 된 사유도 과거와 달라졌다. 순수하게 '가족 및 자녀 돌봄'을 위해 집에 머문다고 답한 남성 비중은 1989년 4%에 불과했으나 최근 23%로 5배 이상 급증했다. 질병·장애(34%), 은퇴(13%), 실직(13%) 등 불가피한 사유 외에도 자녀 양육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려는 남성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한편 인구통계학적으로 전업아빠 그룹은 취업 상태인 아빠들에 비해 연령대가 높고 학력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45세 이상 비율은 전업아빠(46%)가 취업 아빠(35%)보다 높았으며,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 비율은 전업아빠(22%)가 취업 아빠(42%)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남성 외벌이라는 전통적 성역할 관념이 약화된 데다, 워싱턴 수도권의 극심한 보육비 환경 속에서 가계 경제성을 극대화하려는 실용적 판단이 맞물리면서 전업아빠 트렌드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