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연방의회의 권력 지형을 가늠할 11월 중간선거의 향방을 밝힐 버지니아주의 이례적인 '여름 예비선거(프라이머리)'가 끝났다. 휴가철과 개학 준비 기간이 맞물려 유권자 투표율은 저조했으나, 연방 상·하원 진출을 노리는 공화·민주 양당의 승자들이 윤곽을 드러내며 본선 대진표가 최종 확정됐다.

이번 경선은 연방 하원 선거구 재조정을 둘러싼 정치적·법적 공방의 여파로 관례적인 6월이 아닌 8월 초에 치러졌다. 본래 버지니아주는 6월 셋째 주 화요일에 프라이머리를 치르는 것이 오랜 관례다. 그러나 민주당에 유리하게 설계되었던 유권자 승인 선거구 재조정안을 두고 주 의회 내 진통이 이어졌고, 결국 버지니아주 대법원이 해당 개편안을 기각하면서 경선 일정이 8월로 밀려났다.

이 같은 일정 변경은 극도로 둔화된 투표율로 이어졌다. 페어팩스 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민주당 제8선거구 프라이머리의 당일 투표율은 2.24%(사전투표율 4.28%)에 그쳤으며 공화당 역시 당일 투표율 0.72%(사전투표율 0.80%)를 기록하는 데 머물렀다. 이처럼 낮아진 관심 속에 주요 선거구의 승패는 개표 후 불과 한 시간 만에 판가름 났다.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북버지니아 출신의 예비역 육군 소장 버트 미즈사와 후보가 공화당 경선에서 51%의 득표율을 올리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데이비드 윌리엄스(29%)와 킴 패링턴(20%) 후보를 따돌린 미즈사와 후보는 "마크 워너 상원의원을 꺾기 위해 단합하자"고 호소했다. 이로써 미즈사와 후보는 2009년부터 버지니아를 대표해온 중진이자 상원 민주당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는 현역 마크 워너 의원과 본선에서 맞붙게 됐다.

가장 격렬한 승부가 예측되는 연방 하원 제7선거구에서는 예비역 육군 중령 출신인 더그 올리번트 후보가 56.6%를 득표하며 필립 하딩(30.7%) 후보를 제치고 공화당 공천을 받았다. 올리번트 후보는 주지사 출마를 위해 사임한 아비게일 스팬버거의 빈자리를 이어받아, 2024년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던 초선 유진 빈드만 민주당 의원과 격돌한다. 프린스 윌리엄, 스태퍼드, 스폿실베이니아 카운티 등을 포함하는 7선거구는 버지니아 내 대표적 경합 지역이다. 승리 직후 올리번트 후보는 "유진 빈드만 의원은 물가가 오르고 전력망이 불안정해지는 동안 당 지도부의 거수기 역할만 했다"며 "일자리 창출과 국경 안보 확보가 시급하다"고 날을 세웠다.

한편 제10선거구에서는 공화당 데이브 벡위드 후보가 72.5%의 압도적 득표율로 줄리 페리(20.4%) 후보를 제치고 승리하며, 2025년 보궐선거로 입성한 수하스 수브라마냠 현 민주당 의원의 재선을 저지하기 위해 나선다. 제11선거구는 고(故) 제리 코놀리 의원의 별세 이후 9월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제임스 워킨쇼 현 의원이 공화당 아서 퍼비스 후보와 11월 본선에서 다시 겨루게 됐다.

북버지니아의 대표적 민주당 강세 지역인 제8선거구에서는 현역 돈 베이어 의원이 당내 도전자 4명을 완파하고 7선 도전에 나선다. 67.6%의 득표율을 기록한 베이어 의원은 2위 모세 이펠딘(17.6%) 후보를 크게 앞섰다.

8선거구 경선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성부(DOGE) 주도 연방공무원 대량 감원 조치에 대한 민주당 내부의 대응 방식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었다. 트럼프 정책에 항의해 노동부직을 사임한 세이펠딘을 비롯해, DOGE 여파로 해고된 외교 전문가 마이클 더핀, 전 CIA 케이스 오피서 아담 더니간 등 도전자들은 베이어 의원이 연방공무원 보호에 미온적이었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베이어 의원은 현역 프리미엄과 넓은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이들을 제쳤다. 베이어 의원은 "소수당에 머물러 있는 한 한계가 있으며, 트럼프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11월 선거에서 다시 다수당 지위를 되찾아야 한다"고 당의 단합을 강조했다. 베이어 의원은 본선에서 공화당 토니 사비오 후보와 겨룬다.

선거 전문가들은 선거구 재조정이라는 변수가 사라졌음에도 민주당이 버지니아에서 최소 2석 이상을 탈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대 4석까지 확보가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해군 장교 출신 간의 리매치가 성사된 햄튼로드 소재 제2선거구(민주 엘레인 루리아 전 의원 대 공화 젠 기건스 현 의원) 등 격전지를 중심으로 양당이 사활을 걸어온 세 대결이 본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