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도입으로 가장 먼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던 고소득 전문직과 관리직 일자리가 오히려 증가한 반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받았던 일반 사무·경리 직종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제학자 가드 레바논(Gad Levanon)이 지난 2년간의 미 정부 고용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의 AI 영향력 예측 모델과 실제 노동 시장의 변화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연구들은 특정 직업에서 AI가 대체할 수 있는 '작업(Task)'의 비중을 기준으로 위험도 순위를 매겨왔다. 이 기준에 따르면 기업 경영진, 금융 분석가, 변호사 등이 데이터 입력이나 서류 정리 같은 단순 사무직보다 더 높은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실제 시장의 흐름은 정반대였다. 경영, 공학, 과학, 법률 등 고위험군으로 flagged됐던 직종은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확대됐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성장세가 더욱 가속화됐다. 반면 기록 관리자, 경리, 고객 서비스(CS) 담당자 등 위험도가 낮다고 여겨졌던 직종은 가파른 감소세를 보였다.

레바논 연구원은 사무직 감소가 해당 산업 전체의 침체 때문인지 검증하기 위해 각 직종의 성장률을 해당 산업 평균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사무직의 축소는 산업 불황 때문이 아니라 관리자급 역할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동일 산업 내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작업의 자동화'와 '책임의 주체' 간의 차이를 꼽는다.

AI 전략 컨설팅 기업 '하버 글로벌(Harbor Global)'의 루디 디펠리스 수석부사장은 "AI가 전문직이 수행하는 업무의 일부를 자동화할 수는 있지만, 그 업무에 따르는 '최종 책임'까지 자동화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일부 업무 효율화 때문에 직점 전문 인력을 해고하지는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헬스케어 인력 플랫폼 '스태프DNA(StaffDNA)'의 셸던 아로라 CEO는 "사무·행정직은 표준화되고 규칙 기반의 프로세스가 많아 엔드투엔드(End-to-End) 자동화가 쉽다"며 "반면 리더십, 팀 관리, 법률·의료·분석 등 전문적 경험이 필요한 분야는 AI 노출도가 높더라도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3~5년 동안 백오피스, 고객 지원, 문서 작성 등 행정 관련 직무의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직장인들의 고용 불안감도 커지는 추세다. AI 자문 기관 '맥밀런AI'의 제프 맥밀런 CEO는 "기술 변화 속에서 자신의 미래 가치에 대해 의문을 품는 노동자가 늘고 있으며, 이러한 불안감은 중간 관리자층에서도 짙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프로젝트관리협회(PMI)의 켈리 휴어 부사장은 "관리자나 분석가, 변호사 등은 단순히 기술적 스킬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 이해관계자 관리, 인간적 판단력 등을 통해 불확실성을 헤쳐 나간다"며 이러한 역량이 자동화 파고 속에서도 직업을 지켜주는 핵심 무기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