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의 급성장과 함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건립이 늘어나면서 미 지역 사회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주민들의 거센 반대와 지자체의 고민이 교차하는 가운데,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인 버지니아주 라우든 카운티의 당국자가 메릴랜드주를 찾아 현실적인 상생 방안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지난 13일 메릴랜드주 오션시티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메릴랜드 카운티 연합회(MACo) 여름 콘퍼런스’에 참석한 마이클 터너 버지니아 라우던 카운티 슈퍼바이저(의원)는 대형(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최근 몇 달 사이 현저히 냉담해졌다고 밝혔다.
현재 25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가 위치한 라우든 카운티는 그간 데이터센터 유치를 통해 상당한 지방세를 확보해 왔다. 터너 의원에 따르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데이터센터 덕분에 부동산세가 워싱턴 D.C. 메트로 인근 지역보다 25%가량 낮다는 점을 설명하면 주민들의 불만이 상당 부분 완화되곤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민심의 기류가 완전히 바뀌었다. 터너 의원은 주민들에게 낮아진 세율 혜택을 설명해도 "세금을 올릴 테니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짓지 말라"는 강경한 반응이 돌아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그는 주민 반발에 밀려 데이터센터 건설을 전면 금지하거나 무기한 유예(모라토리엄)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데이터센터가 가져다주는 세수가 지역 내 우수한 학교와 도로 등 필수 인프라를 유지하는 핵심 재원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이웃 메릴랜드주의 프레데릭, 프린스 조지스, 하퍼드 카운티 등은 데이터센터 신규 개발에 대해 유예 조치나 전면 금지 조치를 내린 상태다. 특히 프레데릭 카운티에서는 2025년 약 2,500에이커 규모의 데이터센터 캠퍼스 조성을 추진했으나 2만 명 이상의 주민이 반대 서명에 나섰고, 급기야 지난 6월 예비선거에서는 개발을 승인했던 카운티 의장이 낙선하는 등 강한 정치적 후폭풍을 겪기도 했다.
터너 의원은 무작정 사업을 막아서기보다는 정교하고 엄격한 '안전장치(Guardrails)'를 마련해 상생하는 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자체가 취해야 할 주요 조치로 개발사와의 비밀유지협약(NDA) 체결 금지, 소음 및 비상용 디젤 발전기 배출가스 제한 조례 제정, 전력·용수 사용량 데이터 제출 의무화, 송전선과 인접하되 주거지와는 적정 거리를 두는 입지 선정 등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데보라 카펜터 프레데릭 카운티 기획허가국장은 AI에 대한 높은 수요와 데이터센터에 대한 거부감이 동시에 커지는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지자체 차원에서는 이러한 갈등 속에서도 중심을 잡고 필요한 정책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난제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