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데이터센터가 가장 밀집된 ‘데이터센터 수도’ 버지니아 라우든 카운티가 데이터센터 신규 승인을 일시 중단하는 '모라토리엄'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무분별한 난개발과 전력망·수자원 고갈을 막기 위해 행정 절차를 잠시 멈추겠다는 취지지만, 주법상 지자체의 개발 중단 권한을 둘러싸고 법적 정당성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라우든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는 최근 데이터센터 및 관련 변전소 신규 신청서 검토를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고, 관련 안건을 찬성 6표, 반대 1표로 가결했다. 이번 안건을 주도한 줄리 브리스크먼 수퍼바이저는 카운티 법률고문실에 법적 분석 의견을 요청하는 한편, 오는 9월 15일까지 행정 및 입법 부지 계획 검토를 유예하는 세부 실행안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자료에 따르면 현재 라우든 카운티에는 200개가 넘는 데이터센터가 가동 중이며, 추가 추진 중인 프로젝트만 100여 개(총면적 5,330만 제곱피트 이상)에 달한다. 브리스크먼 수퍼바이저는 데이터센터가 지역 경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으나, 급격한 확대로 인해 수자원 고갈과 공기질 악화, 전력망 과부하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극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카운티가 진행 중인 토지 이용 및 용도지역 정책 정비 작업이 끝날 때까지 신규 승인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모라토리엄이 실제로 발효될 수 있을지, 그리고 법적 시비를 견뎌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관망론이 우세하다. 버지니아주는 지방정부의 권한을 주법에 명시된 범위 내로 엄격히 제한하는 ‘딜런의 법칙(Dillon Rule)’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오 로저스 카운티 법률고문은 과거 1975년 버지니아주 대법원이 페어팩스 카운티의 개발 모라토리엄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린 판례를 제시하며, 대법원이 지자체의 일시 중단 조치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처리 기한이 법으로 정해진 행정 신청까지 중단할 경우 소송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표결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크리스틴 엄스태드 수퍼바이저 역시 모라토리엄이 통과될 경우 막대한 법적 리스크를 지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관련 업계의 반발도 거세다. 데이터센터 코알리션(Data Center Coalition) 측은 지자체의 모라토리엄 추진이 지역 사회가 외부 투자에 문을 닫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으며, 고임금 일자리와 대규모 세수를 인근 주에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한편, 인접한 메릴랜드주 몽고메리·프린스 조지스 카운티 등이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반면, 버지니아 내 지자체들은 법적 해석을 두고 혼선을 겪는 모양새다. 스팟실베이니아 카운티는 주법상 모라토리엄 권한이 없다고 판단한 반면, 플루바나 카운티는 한시적 모라토리엄을 통해 조례 개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미국 데이터센터 산업의 중심지인 라우든 카운티의 이번 결정이 버지니아주 전체의 데이터센터 규제 향방을 가름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